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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09.12.25~09.12.27) 본문

리뷰

템플스테이(09.12.25~09.12.27)

별보기hs 2009. 12. 29. 11:24

  학교 불교동아리 동문회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템플스테이에 참여해서 2박3일로 통도사 반야암에 머물다 왔다. 일단 참여하고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왜 참여하게되었는지'에 대해 많이 질답했다. 나는 크게 세가지이유였다. 일단 요란한 크리스마스가 싫었다. 나는 기독교신자도 아니고, 우리나라도 기독교를 국교로 삼는 국가도 아닌데 다들 서양명절에 그렇게 소란한 게 싫었다.(솔로열폭일지도ㅋ) 둘째, 이번학기 치르면서 친구 홍이와 함께 템플스테이를 가자고 몇번이나 다짐했다. 그만큼 생각이 많았고 머리를 좀 쉬게해주고 싶었다. 셋째, 끝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많이 고민했는데, 불교공부를 열심히 하시는 아빠의 강한 권유였다. 아빠가 그렇게 좋다고 하시니 한번쯤 체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녀온 이야기를 글로 남겨야하는데 마음이 가지않아서 계속 미루고 있었다. 대충 자연, 사람, 수행 세가지로 나누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1. 자연           통도사는 참 아름다운 곳이다. 작년 성탄절 때도 가족들과 통도사에 갔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그때는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졌던 많은 것들이 약간이지만 '보이기'시작했다. 우리나라 문화사에서 절을 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서양문화에서 교회를 배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관한 책을 방학 때는 꼭 한권은 읽어보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더 장관인 것은 고요한 암자의 풍경과 뒷산 영축산이었다 !_! 특히 통도사 뒷산인 영축산은 매번 통도사 올때마다 절경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2박3일동안 보고있으려니 나의 오감기관중에 눈으로만 산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안타까워질 정도로 한폭의 산수화가 눈앞에 펼쳐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절경은 차마 이런 글로는 설명이 안되고 직접 보고 느끼는 수밖에 없다. 내가 머물렀던 반야암도 작은 계곡을 낀 풍경과 그 고요한 분위기가 참 좋았지만,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라는 극락암은 마치 찻집을 연상시킬정도로 아담하고 단아한 분위기가 강해서 마음에 쏙들었다. 다음에 통도사를 들른다면 극락암은 꼭 들를거라고 몇번이나 다짐했는지 모르겠다.


2. 사람           가기전에 같이가기로 했던 친구들이 다 가지않는다고 하는 바람에 참 많이 난감하고 고민했었던 기억이 난다. 용기를 내어 혼자 참여했는데, 어쨌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다. 거기에 왔던 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여전히 관계에 있어서 고민이 많은 나에게 (아니 오히려 고민이 많아져서 혼란스러운) 이번 템플스테이는 일종의 모험이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에게 모든 사람들은 거의 항상 친절하다. 2박3일을 지내는 것만으로 서로를 알게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고. 난 그 '친절'이라는 게 편안한 한편 내내 불편하기도 했다. 그 친절을 가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비약인데도 불구하고 때때로 혼자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사람에 대해 판단하지 않기로 결심해놓고 어느새 판단하고있는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가장 무서운건 사람에 대한 편견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이번 템스에서 유난히 자기의견을 (자기식으로만) 피력하던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처음에 나도 모르게 '쟤뭐야'하는 생각을 하고있는 나를 발견했다-_- 그런데 무슨사연인지는 몰라도 나중에 눈물을 흘리던 그 아이를 보며 연민의 감정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아이를 많이 이해하고 싶어졌다. 지도 선생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어떤분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설명해주시니 따랐지만, 나랑 친해진 심리학과 언니가 너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로보니 그 영향이 나에게도 미쳐서 그분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끝에는 나도 꺼려지고 말았다. 알고보면 더 친해질 분들, 좋은 사람들도 많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인연이 와가닿지 않은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

3. 수행           '불교(종교)와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초반에 불교가 종교인가 철학인가로 논쟁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아빠는 불교를 철학에 가깝게 대하시는 것 같다. 지도 선생님도 철학으로 접하긴 하지만 결국은 종교로 숭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종교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독교에 독실한 친구를 보면 항상 모든 것은 주의 뜻이라고 여기니 삶을 참 평안하게 생각한다는 느낌도 많이 받는다. 아빠도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사시니까 남탓을 안하고 항상 겸허하게 사시게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어릴적부터의 불교 영향인지는 몰라도 무언가 '절대자'의 존재에 대한 단정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그 '절대'라는 경계 바깥의 많은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는 최대한 다양성을 포용하고, 깊고 넓게 아는 것이다. 너무 추상적인 얘기이므로 이리저리 변형하면 여느 종교와 맞닿지않은 부분이 없을 수 없겠지만, 나는 종교 자체가 너무 절대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그게 가끔 폭력으로 나에게 와닿아서 힘들어지기도 한다.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아서 가끔 내가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난 항상 그만큼 내가 많이 얻는다고 생각한다. 마음가는대로,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탈과 열반의 경지를 위해서 자기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난 사실 의문이 많이 들었다. 템플스테이 내내 이 문제로 아빠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결국 난 세속인일 수 밖에 없는거겠지ㅎㅎ



  템플스테이 기간 내내 친구 홍이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명상과 선은 생각을 정리해준다기 보다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나쁜 생각을 없애고 無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대만의 큰 절인 불광산의 스님에게 들은 특강에서도 말씀하시기를, 좋고 나쁨을 구분하고 다른 것과 비교하는 분별심이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인데 우리의 마음은 항상 변화하는 것이므로 자기자신은 결국 無兒이고 따라서 마음에 집착을 버려야한다고 말씀하셨다. 2박3일의 keypoint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나쁜 생각'의 기준을 잘 모르겠을 뿐이고~ 난 내가 하는 모든 생각들이 내가 살아가는 데에 큰 base라고 굳게 믿고있을 뿐이고~ 가끔 머리가 복잡하거나 공부를 해야할 때는 그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내가 최근에 읽다말았던 flow라는 책에서 말하는 것과 유사한 것 같은데, flow란 인간의 최적경험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명상을 하면서 보다는 오히려 공부를 하면서 누리는 flow경험이 더 의미있게 느껴진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든 것은 연극과 유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연극은 타인에게 flow하는 거라면 명상은 자신에게 flow하는 거라는 정도? 그래도 공부를 하거나 눈앞에 있는 상대방에 매순간 충실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집중의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에서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오늘 하루도 매순간에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