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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스페셜 <이토록 오랜 이별>을 보고 본문

리뷰

KBS 드라마스페셜 <이토록 오랜 이별>을 보고

별보기hs 2018. 10. 20. 23:13

늦은 금요일 가게에 틀어져있는 티비에서 이 드라마를 보게 됐다.
소리도 나오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 생각이 나 찾아보게 됐는데, 내가 좋아하는 코드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남주, 출판편집자인 여주라는 주인공 설정부터가 책 좋아하는 나를 쏙 빠져들게 만드는 설정이다.
그리고 요즘 개인적인 문제와 맞물려 '사랑이 뭘까'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드라마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지만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니) 이 질문에 대해서 자신만의 대답을 내어주는 드라마였다.

남주와 여주의 갈등상황은 베스트셀러 이후 차기작을 내지 못하는 병에 걸린 남주에게서 시작된다.
남주는 여주가 다니는 출판사에서 선계약금 1억원을 받은 상황이고, 여주는 남주의 매니저라는 핑계로 매일 대표한테 쪼임을 당한다.
여주는 남주를 배려하려고 하지만, 그리고 극에서는 자세히 나오진 않지만, 남주를 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렇게만 나열하고 보면 여주는 오로지 희생적이고 착한 여자고, 남주가 문제네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남주의 입장도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다. 괜히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관용어구로 쓰일까..
글이 써지지 않는데 글을 써야하는 상황은 뭐랄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한테 돈내어놓으라는 것과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여주는 남주를 믿고 북돋워주려고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남주의 입장에서는 이 조차 부담으로 다가온다. 당연한 수순이다.
좋을 때는 좋은 것만 보이지만 예민한 예술가인 남주는 본인도 막다른 절벽에 다다르자 소리도 지르고 쌓인 답답함도 쏟아내면서 여주를 힘들게 한다. 이 부분에서는 제3자인 나도 정말 안타까웠다. 남주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사회생활하는 여주를 너무 힘들게 해서...
그래도 둘은 사랑했다. 8년을 이어 온 사랑이었으니 쉽게 무너지진 않을 관계였을 것이다.
둘은 노력했다. 선계약금을 물어내고 집을 팔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집을 줄여서 이사가기로 하면서 작가와 편집자에겐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재산인 책도 정리한다.
하지만 그동안 관계에 조금씩 가던 금은 예상치못한 순간에 쩍 갈라져버린다. 남주가 쓴 베스트셀러인 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다.
남주는 그 책을 버리려고 하지만 여주는 지금 자신에게 남은 건 이 책 하나뿐이라며 강하게 거부한다.
그러자 남주는 강제로 그 책을 버리곤 여주한테 본인은 여주가 한 말처럼 새로 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화를 낸다.
여주는 이렇게 된 게 전부 자기때문이냐며 눈물을 흘린다.
이 부분에서 관계가 어긋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둘의 잘못이 아닌데도 자꾸만 어긋나는 관계. 그것을 흔히들 인연이 다했다고 이야기하지.
여주는 결국 혼자서 떠난다. 시골집에서 너무나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서울로 복귀해 다른 직장에 취직한다.
남주는 (예상대로) 여주와의 연애를 소설로 집필한다.
여주는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그 책을 읽는다. 웃는다.
책의 마지막 단어는 이랬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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