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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준의 바다>를 보고 본문

리뷰

<이타미준의 바다>를 보고

별보기hs 2019. 8. 25. 04:49

보고싶은 영화가 생기는 것이 내게 흔한 일은 아니다. <유열의 음악앨범>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영화관앱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이 영화를 만나게 되었다.

운명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려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에 1번 정도 생길까말까한 일이다. 마침 cgv 아트하우스에서 큐레이터 이벤트도 하고 있었다. 얼른 예매하고 토요일에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는 너무 좋았다. 내게 이렇게 예술적 감성을 채워주고 영감을 주는 영화를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라는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경험하는  순간순간이 너무 소중하게 다가왔다.

영화는 내가 작년 9월에 방문하고 큰 영감을 받았던 제주의 수풍석미술관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나는 그 공간에 가보았고, 원래는 예약제로 진행되는 곳을 개인적으로 방문했기 때문에 설명이나 안내를 받지 못했어서 이번 영화가 더 좋았다. 물론 당시엔 설명없이 공간을 보았기 때문에 내 방식대로 그 공간들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손정의, 강상중,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유튜브로 말미암아 내가 최근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재일동포의 삶을 알 수 있었던 것도 굉장히 의미있었다. 나는 언젠가 이런 경계인의 삶에 대해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는데 이타미 준은 내가 접한 경계인들 중에서 가장 예술적인 사람이어서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예술적인 사람의 내면은 섬세하고, 그들은(어쩌면 우리는) 정체성에 대해 더 복잡하게 고민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발산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계인들의 삶은 이방인 취급으로 힘들었겠지만  국적을 초월하게 될 앞으로의 시대에서 경계인이라는 정체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체성이고, 특히 예술가로서는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예술하고 싶어졌다. 본인의 내면의 좋은 것을 아름답게 표출하고 그것이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삶을 사는 것은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본래의 나의 좋은 것을 억압 당하고 가끔은 비하까지 당해야하는 조직생활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나는 예술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타미 준 선생은 인생은 가끔은 깨끗하고 가끔은 더럽고 가끔은 슬프고 기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삶이란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아직 이 말을 확신할 수 없지만 이런 말을 하는 예술가가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얻었다.

아름답고 좋은 영화였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