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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별보기hs 2021. 9. 2. 04:43

중국에 대한 인상은 내게 유럽여행 이전과 이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15년 유럽여행에서 내 또래 중국인 여자애를 만나기 전까지 중국은 내게 그저 과거의 역사가 화려한 후진국 느낌이었다. 해외봉사로 갔던 연변지역은 내게 그런 중국의 인상을 강화시켰다. (어찌나 강했던지 이후 단 한번도 자유여행으로 중국을 가지 않았다) 대학교에는 중국인 학생이 꽤 많았지만 '아무리 외모가 괜찮아도 중국어하는 순간 별로다' 같은 차별적인 말이 횡행하던 분위기였고, 대학가에서 알바하던 중국인들이 왠지모르게 꺼려졌었다.

그런데 당시 나의 최애 티비프로였던 비정상회담에 장위안이 등장하고, 유럽여행 중 스위스 로잔에서 만난 중국인 룸메 덕분에 나는 중국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전환하게 된다. 로잔 숙소에서 만난 중국인 여자애는 나보다 한살 어렸는데, 소위 말해 한국빠였다. 당시 파리에서 컴퓨터과학 전공으로 석사를 하고 있던 그 아이는 박태환 팬이라서 로잔에 왔다고 했다.(로잔에는 올림픽위원회가 있고, 당시 박태환은 도핑문제로 로잔에 오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물론 난 전혀 몰랐음ㅎㅎ) 내가 좋아하는 마이너 취향의 한국드라마를 술술 읊던 여자애는 입이 마르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칭찬했다ㅎㅎㅎ K한류의 위력을 가장 처음으로 강하게 느꼈던 때인거 같다. 아마 유럽여행중 내가 만난 최초의 '부산'을 알고있던 외국인이었을 것이다.

사실 내가 놀랐던 건 걔가 가진 배경과 지식 때문이었다. 걔네 아빠는 홍콩 출신으로 지금은 베이징에 있는 사업가라고 했는데, 딸을 프랑스에 석사 유학까지 보낸걸로 봐서는 꽤 부유한 집인 것 같았다. 심지어 딸을, 공대 전공으로 석사까지 시킨다는 걸로 봐서 트여있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인 것 같다고 추측됐다. 그리고 대화를 하는데, 공통점이 많아서인지 대화가 엄청 잘됐다. 처음에 한국드라마로 물꼬를 튼 대화는 나중에는 중국의 정치적인 문제(티벳)까지 이루어졌는데, 그 아이도 전형적인 중국의 논리에 가두어져 있긴 했지만 그에 관한 외부의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는 자체로도 충분히 대화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꽤 똑똑한 친구였다.
이 친구를 만나고나서 중국에 대한 내 시각은 완전히 바꼈는데, 미래의 중국은 이런 똑똑한 애들이 끌고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외국의 문물과 사상에 자유로운 청년들이 말이다. 그때부터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도 중국에 대한 혐오가 강해졌다. 국제사회에 협조하지 않고 자기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뻣대는 모습에 질렸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오늘 중국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동부유 정책을 접하면서, 새삼 내가 몇년이나마 중국에 대해 가졌던 긍정적인 인식이 와장창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중국은 시진핑을 중심으로하는 공산당이 일당독재하는 공산주의 국가인 것이다... 그들은 최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학생들이 게임을 못하게 막고, 연예인들을 통제하고, 기업들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강요한다. 돈 앞에서도 장사없는 권력이라는 존재가 새삼 무서워진다. '다같이잘살자'는 공산주의 기치를 걸고 행해지는 이 무자비한 자유에 대한 탄압이 넘나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나는 지금껏 평등의 가치를 우선하며 살아온 사람인데, 평등을 위해 자유를 해치는 작금의 중국을 보며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원하는 평등은 자유가 당연히 전제되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유없는 평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개인이 개성을 추구하고 향유하는 것은 어쩌면 평등보다 중요하다. 난 지금껏 이게 당연한 세상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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