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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EAUTY
나는 큰 것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일상 끝에 조용한 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일기를 쓰고, 가끔 모든 것을 제쳐두고 다른 곳으로 떠나 작은 마을을 걷는 것. 그것이 내 행복의 전부다. 더불어 이런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오늘 우연히 조한혜정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며 지금의 나는, 나 자신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90,00년대의 사회를 그대로 품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 남동생은 현재 우리나라 자본주의 속 젊은이들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한가지 슬프고 화가났던 것은 나의 많은 부정적인 면들이 우리나라 사회에, 특히 교육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고속도로JC와 밤길을 달리는..
내 스무살을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자봉하러 갔던 날에 건물 입구에서 우연히 친한 간사쌤과 다른 단체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마주쳤다.인사를 드리자 그 분들이 대뜸 "몇살이에요?" 하고 물어보셨다.그래서 "스무살이요"하고 말씀드리자 그 분들의 입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와 스무살! 너무 좋겠다~~"좋았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 불안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사실 7년이 지나도 자리를 못잡은 나로서는 여전히 불안한건 변함이 없지만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불안이었다.그 이후로 많이 경험하고 배우고 깨달은 나는 최소한 그때만큼 불안하지는 않은 것 같다. 백만년 만에 드라마를 보고, 백만년 만에 드라마 리뷰를 쓰는 것 같다.온스타일의 첫드라마 를 보면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청춘인 줄도 ..
해리포터 시리즈 5,6편을 연달아 보았다.해리포터 역의 다니엘 레드클리프는 나와 동갑이다. 그만큼 영화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 더욱 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그 큰 축은 바로 "성장"이다.해리포터의 소재나 스토리도 천재적이지만, 내용에 포함된 의미가 더 감탄하게 한다.어렸을 때는 캐치할 수 없었던 조앤 롤링이 담아놓은 '성장'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오래 전 기억이라 흐릿하지만 초반의 해리는 자신이 '선택받은 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그러나 5편 이후로 볼드모트가 실질적으로 등장하면서 해리의 능력은 점점 더 빛을 발한다.5편에서만 해도 해리는 자신이 지금까지 이런저런 일들을 잘 해내왔던 것이 '운'이었다고 한다.그건 진짜로 운이었을지도 모르겠다(전편은 기억이 흐릿하..
박웅현 저 중에서. 영원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 다 우연이지.운명의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알고,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이 옳다는 걸 어떻게 아느냐.그저 주장할 뿐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그게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회적인 것들은 무게를 가질 수 없다. 검증되지 않은 일들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니까.유대인을 죽이고 살리는 것도,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도.그런 의미로 보면 우리의 지금, 이 존재함은 운명적으로 가벼울 수 밖에 없는 것. 모든 이데올로기는 '주장'을 위해 '편집'을 필요로 한다. 키치적이다. 그래야 사람을 모을 수 있으니까.정치 선동자들의 특징은 '그래야만 한다'를 흔들림 없이 믿고 있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사람은 선동가가 될 수 없..
눈밭을 어설프게 걷는 모습이 어찌나 나 같던지.니가 뭘 그렇게 많이 경험해봤다고 다 아는척 하냐는 친구의 말이 어찌나 나에게 하는 말 같던지.그저 회피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던지는 그의 말을 듣고 축 쳐진 모습 조차도. 주인공의 내면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지만, 언뜻 외부에서 보기에 그녀의 삶은 잔잔하게 흘러간다.마치 나의 지금처럼. 추우면 힘들긴 하지만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어.추위도 소중한 조미료 중 하나다. “뭔가에 실패해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볼 때마다 난 항상 같은 걸로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같은 장소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아온 것 같아서 좌절했어” “경험을 쌓았으니 실패를 했든 성공을 했든 같은 장소를 헤맨 건 아닐 거야. ‘'원'이 아니라 '나선'을 ..
가을을 타는 와중에... 비포 미드나잇을 보았다.개봉 당시 주위의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 실망했다. 돈내고 부부싸움 보는 것 같았다. 20년 쯤 후에 보면 공감될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기에 비포선라이즈와 비포선셋을 인생영화로 꼽는 나는 자연히 이 영화를 뒤로 물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고.. 영화는 보고싶은데 새롭게 도전하고 실망할 자신은 없던 와중 비포 미드나잇이 떠올랐고, 그래도 코드에 맞는 감독과 배우가 나오는 영화이니 생각하며 소심하게 플레이를 했다. 그런데 웬걸? 내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수없이 맞닿아 있어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내가 바라는, 생각하는 사랑과 정확히 일치했기에... 미래의 배우자가 될 사람은 비포 미드나잇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었..
영화 를 보았다. 내가 즐겨보는 잡지와 칼럼 곳곳에 리뷰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스포당할까봐 일부러 읽지도 않았던 기대작이었다.나는 요즘 개인적인 상황과 맞물려 '사랑'에 대한 고찰을 많이 한다. 그래서 더 보아야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항상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내용보단 내 감상을 주로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사만다 입장에서 그 영화를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성장'이라는 테마가 더욱 크게 다가왔는지도..그러고 보면 내가 그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도 사만다랑 비슷하다. 그 사람은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막연히 생각만하고 확고히 하지 못하고 있는 사상들을 언어로 표현하고 명확화할 줄 안다. 그 사람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높은 곳(?)에 다달아보았고 그만큼 내가 상상..
영화 을 보았다. 지난 여름, 상영 전에 나온 예고편을 흥미롭게 보았고, '관상'이라는 소재도 관심을 끌기에 좋은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송강호, 김혜수와 같은 믿고 보는 배우들과 조정석, 이종석 같은 요새 대세남들이 한 영화에 나오다니, 놓칠 수 없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로 한 당일에 평론가 영화평을 살펴 보는데 거의 다 악평에 가까웠다. 순간 보지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그 소재와 배우들로 스토리를 어떻게 풀었을지 궁금하긴해서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고 기대를 낮춘 채 극장으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관상은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오히려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영화에 속한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와 전개방식이었기 때문일 거다. 기대를 낮추고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