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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EAUTY
슬픔의 아름다움을 처음 느꼈던 때가 문득 떠오른다.오늘 한강 작가님의 을 주제로 한 문학동네 줌토크를 끝내고 난 지금도 사회는 혼란하고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이유로 심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문학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줌토크 연사는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편집자k님과 알쓸신잡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이었는데 도 내가 한강 스페셜에디션을 갖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기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고, 역시나 줌토크 내내 너무 큰 영감을 받았고 즐거움을 느꼈다.을 급하게 읽어서 다 소화하지 못했었는데, 김상욱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생각을 확장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뜻 깊은 시간이었다.개..
#시집1, 방금 막 나를 사랑하게 된 사람처럼 빤히 바라보는 것이다, 김민준 나를 안아줄 것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자, 아침이야 기지개를 켜야지 운명 같은 날이야 어느덧 사랑할 시간이야 #시집2,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래, 시를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었지, 나는. 덕분에 오랜만에 시를 읽으며 깨달았다. 읽으면서 쓰고 싶은 마음이 문득 스쳐갔던거 같기도. 옆에 있으면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중인가..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책 세계에도 그 세계만이 가진 분위기가 있다. 책 세계는 원래 개인적이다. 독서는 누군가와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도 그렇다. 사람보다는 책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자칭 책덕후인 나는 오랫동안 책세계에서 혼자였다. 어떤 시기 이후로는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고 할 수 있겠다. 유튜브의 발달로 나보다 더 책에 진심인 사람들을 접하게 되면서 때로는 놀랍기도 하고 영감도 많이 받고 그런다. 내가 자주 접하는 책튜브는 편집자k님과 겨울서점이다. 책소개나 작가 인터뷰 중심인 겨울서점보다 책소개도 많이 하시지만 책이 녹아있는 일상을 보여주는 편집자k님의 영상을 더 좋아한다. 직업이기 때문에 더 그렇겠지만, 영상을 볼때마다 나보다 훨..
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랜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 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

여름의 할일 / 김경인 올여름은 내내 꿈꾸는 일 잎 넓은 나무엔 벗어놓은 허물들 매미 하나 매미 둘 매미 셋 남겨진 생각처럼 매달린 가볍고 투명하고 한껏 어두운 것 네가 다 빠져나간 다음에야 비로소 생겨나는 마음과 같은 올여름의 할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 느린 속도로 열리는 울음 한 송이 둥글고 오목한 돌의 표정을 한 천사가 뒹굴다 발에 채고 이제 빛을 거두어 땅 아래로 하나둘 걸어들어가니 그늘은 돌이 울기 좋은 곳 고통을 축복하기에 좋은 곳 올여름은 분노를 두꺼운 옷처럼 껴입을 것 한 용접공이 일생을 바친 세 개의 불꽃 하나는 지상의 어둠을 모아 가동되는 제철소 담금질한 강철을 탕탕 잇대 만든 길에, 다음은 무거운 장식풍의 모자를 쓴 낱말들 무너지려는 몸통을 꼿꼿이 세운 날카로운 온기의 뼈대..
지금 내게 이 감정을 쏟아내 묘사할 수 있을만한 능력치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나는 '프랑수아즈 사강'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었다. 단순히 이름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나는 매력적인 이름에 쉽게 끌린다). 그녀는 프랑스의 사업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어릴때부터 부르주아 계층에 속하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다. 물론 수녀원학교에 들어가서는 3년만에 퇴학당했고, 소르본대학 입시에서는 보기좋게 떨어졌지만.그녀는 입시 실패 후에 두달동안 칩거하면서 소설을 썼는데, 그 소설이 그녀를 전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라서게 한 '슬픔이여 안녕'이다. 역시 인생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다.그녀의 삶은 드라마틱했다. 이는 스스로 자초한 것일지도 몰랐다. 사강은 클럽과 나이트를 즐겨찾았고, 마약과 도박을 옹호했고, 스피드를 즐..
160421 한국일보 http://goo.gl/wTsNcB '채식주의자' 주목엔 한국문학에 대한 편견 없을까[복면기자단] 맨부커상 후보 한강 ‘채식주의자’ 어떻게 읽으셨나요 맨=언론의 헤드라인을 보면 온도차가 더 극명하다. 기사만 보면 침체된 한국 소설이 부활해 세계까지 뻗어나갈 기세지만 정작 책에 대한 독자의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여왕=김기덕 영화가 해외에서 상 받아도 국내에서 관객 안 드는 것과 비슷한 건가?맨=그렇지. 현재 맨부커상에 대한 관심은 작품 자체보단 우리 문학의 우수성을 확인 받는 데 더 초점이 있는 것 같다. 맨=한강은 소설이 아닌 시로 먼저 등단했다. 단편은 문학장르에서 소설보다 시에 가까운 장르로 분류되는데‘채식주의자’는 세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연작소설이라 작가의 강점이 두드러진..
을 읽고.. 김연수의 문장들은 사랑스럽다. 책장을 넘기며 내 지난 청춘의 순간들을 애써 붙잡아본다. 청춘은 아련히 멀어져간다. 책 속에서. - 소중한 것은 스쳐가는 것들이 아니다. 당장 보이지 않아도 오랫동안 남아있는 것들이다. 언젠가는 그것들과 다시 만날 수밖에 없다. - 뭇꽃이 무수히 피어나도 떨어진 그 꽃 하나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다음날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어나면 알게 될 일이다. - 어느 날 갑자기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한쪽 구석에 앉아 글을 써내려가는 장면을 상상할 때 어떤 애잔함 같은 것을 떨칠 수가 없다. 어떤 경우에도 그 소설은 전적으로 자신을 위해 씌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스탠드를 밝히고 노트를 꺼내 뭔가를 한없이 긁적여 나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