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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중

사는 것이 수행

별보기hs 2014. 3. 16. 01:03

오늘은 첫 모의고사가 있는 날이었다.

선택형만 하루에 몰아서 치는 거라 어떻게 생각하면 그리 부담되는 시험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너무 학교에 가기가 싫었다.

시험치기는 더 싫었다.

내 형편없는 실력이 탄로날까 두려웠겠지만 더 무서웠던 것은 나의 실력없음을 내가 알게되는 것이었다.


전날 법문을 읽으면서 연습은 잘될때도 있고 안될때도 있는 것이고, 잘되면 연습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인데, 잘하려고만 하니까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라고, 잘 안되어도 잘 안되는 것 나름대로 얻는 것이 있을 것이고 잘되면 잘되는대로 좋은 것이라고 배우고 수긍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아침에 계속 분별심이 올라오니 괴롭기 그지 없었다.


막상 첫교시 시험을 치고나니 그 괴로움은 극에 달아 시험을 못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점심먹고나서 잠시나마 명상을 하니 온갖 잡생각은 올라왔지만 마음은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2시간짜리 민법시험을 치면서는 직전 쉬는 시간에 동기들과 했던 이야기들, 인간관계의 결림 같은 번뇌와 망상이 계속 올라와 괴로웠다. 수행이 많이 필요함을 느꼈다.


하지만 막상 시험이 끝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홀가분함이 느껴졌고 집에와서 쉬는 것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또 한번 무상함을 느꼈다. 괴로움과 분별심 마저도 끊임없이 변하는, 그 형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시간이 더 이상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여기에 집착하다간 또 괴로움이 생기겠지.


며칠 전에는 사소한 것에 예민해지고 마음이 산란할 때, 마하반야밀다심경을 읽었는데 마음이 착 가라앉으며 편안해지는 것을 보았다.

모든 현상은 비어있는 것이고, 또 비어있는 모든 것은 현상이라는 말이 어찌나 수긍이 되고 위안이 되는지.


오늘의 괴로움과 분별심도 다 수행이라고 생각하면 견딜만 해진다.

이렇게 오늘도 진리는 되새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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