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4/07 (8)
MY BEAUTY
아빠가 복숭아 한박스를 보내주셨다. 부서 사람들이랑도 나눠먹고, 다른 부서에 친한 사람들한테도 나눠줬다. 다들 맛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건네주어서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다. 사람들이 이 복숭아가 귀하다는 걸 아는거 같아서 더 기뻤던거 같다. 귀한걸 나눠주시는 부모님의 존재에 감사했고, 농사짓는 아빠가 자랑스러웠다. 내가 먹는거보다 훨씬 더더 기쁨을 느꼈다. 오늘 정말이지 나눔의 행복을 짙게 느꼈다. 앞으로도 많이 나눠야지 생각했다.
'여름'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었다. 요즘 부쩍 자주가는 '영화관'이 등장하는게 좋았고, 계절에 어울리는 '수영'이 등장하는게 맘에 들었다. 영화 콜바넴도 떠올랐다. 그 영화 얘길 했었다. 시를 읽고 읽고 또 읽었을 때,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연히 사랑에 빠지고 그의 좋은 것들과 또 그렇지 않은 것들과도 맞닿고, 그렇게 마치 깊이를 알 길 없는 은하수 같은 감정을 마주하는 일련의 과정들. 그제서야 이 시에 작년 여름의 나를 대입하고 있었나 싶었다. 오늘, 지금 흔들리는 이 감정은 그냥 지나가는 중인거겠지. 지나가다 마주쳤는데 활짝 웃어주는 모습에 내 표정을 가려주는 마스크가 고마웠다. 복숭아 나눔하러 갔을 때 눈이 넘나 딱 마주쳐서 웃었는데, 그러고 애타게 피드백을 기..
7/29, 여름의 한가운데. 휴가를 냈다. 오전에는 요가를 하러 갔다. 7월의 센터 주제는 '정리'였고, 샘은 마음정리 그리고 규격과 규모의 차이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마음정리를 한다면 내가 가진 어떤 것을 남기고 싶냐는 샘의 물음에 '내가 가진 고유의 것'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고, 샘은 그것을 '중심'으로 패러프래이징하셨다. 요가 내내 중심 잡기가 쉽지 않았다. 휴가 미션이었던 집안일을 끝내고 소파에 앉아서 창비부산에서 읽었던 시가 너무 좋아서 혼자서 몇번이나 읊조리다가 옆에 있는 시집을 펼쳤는데, '혼돈을 사랑하라'는 시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그 페이지를 펼쳐보았다. 요가 시간에 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나의 혼돈을 사랑하라 나의 다름을 사랑하라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사람들이 ..
7월의 주제는 정리 운명을 바꾸는 것 네가지 : 주변 사람, 공간, 먹는 것, 일
영화 3번째 관람이지만 스크린으로는 처음봤다. 예전의 나에겐 같은 영화를 여러번 보는건 정말 손에 꼽는 일이었는데. 처음 봤을때의 미친듯한 몰입감과 감정의 소용돌이는 없었지만, 인물들의 감정선과 영상미를 좀 더 세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큰 화면으로 보니까 작은 화면으로 봤을 땐 놓쳤던 부분도 다시 보게 되고, 문학과 철학을 인용한 부분도 더 잘 이해됐다. 첨봤을땐 레아 세이두에 반한게 감상의 팔할이었는데, 엠마 캐릭터엔 여전히 혹하고, 레아 세이두는 어케 이렇게나 매력적일까 싶었지만. 이번에는 아델의 감정선을 더 따라가게 됐다. 이별에 아파하는 아델마저 넘 예쁘고... 영화 초반에는 애같기만 했던 아델이 엠마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도 아름다울 수 있지..
#시집1, 방금 막 나를 사랑하게 된 사람처럼 빤히 바라보는 것이다, 김민준 나를 안아줄 것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자, 아침이야 기지개를 켜야지 운명 같은 날이야 어느덧 사랑할 시간이야 #시집2,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래, 시를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었지, 나는. 덕분에 오랜만에 시를 읽으며 깨달았다. 읽으면서 쓰고 싶은 마음이 문득 스쳐갔던거 같기도. 옆에 있으면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중인가..
요가 가려고 집 밖에 나왔는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장마다.비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데 왠지 모르게 빗속을 걷는 기분이 좋았다.센터에 도착하니 내가 좋아하는 샘들이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셨다. 편안하고 따뜻했다.요가실에 들어서는데 빗소리 마저 좋았다.ㅇㅎ샘한테 비 오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더니, 샘이 '저 만나러 와서 그런거 아니에요?' 했다.맞는거 같았다ㅎㅎㅎ3주만에 봐서, 샘이 막 보고싶었다고 말해주는데 너무 기뻤다.사랑 가득한 ㅇㅎ샘🤍 반에 반이라도 닮고싶다😊오늘은 절기 소서에 관한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했는데, 반기가 지나면서 조급해지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소서라는 절기는 무더위와 장마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보다는 하던 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셨..
서강도서관에 갔다.서강대교가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 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정아은 작가의 을 폈는데, 그 순간 '지금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에 가득찼다.그리고 내 삶이 감사해졌다.이런 인프라를,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거.나 정말 운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돌아보니 나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이런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어나가야지.책도 좋았다.프롤로그부터 자기비난에 휩싸이는 작가님 이야기로 시작해서 폭풍공감...오늘도 집밖에 나가기 싫은 게으른 나와 싸우며 무의식적인 자기비난을 쏟아냈기 때문이다ㅜ사랑이라는거 정제된 글로 표현해내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어 공감도 많이 됐다.필사하고 싶은 책이었다.인용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