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EAUTY
지금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 본문
서강도서관에 갔다.
서강대교가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정아은 작가의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을 폈는데, 그 순간 '지금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에 가득찼다.
그리고 내 삶이 감사해졌다.
이런 인프라를,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거.
나 정말 운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돌아보니 나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어나가야지.
책도 좋았다.
프롤로그부터 자기비난에 휩싸이는 작가님 이야기로 시작해서 폭풍공감...
오늘도 집밖에 나가기 싫은 게으른 나와 싸우며 무의식적인 자기비난을 쏟아냈기 때문이다ㅜ
사랑이라는거 정제된 글로 표현해내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어 공감도 많이 됐다.
필사하고 싶은 책이었다.
인용한 사례들도 와닿는 사례들과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많았다.
마지막은, 먼저 사랑을 내어주는 사람이 되자는 것.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이란 그런 것이겠지.
사랑을 적절하게, 잘 표현하는게 내겐 너무 어려운거 같다.
계속 시도하고 노력해봐야겠지, 사랑받고 싶으니까.
사랑받고싶은 마음때문에 힘들었는데, 사랑받음이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이야기해줘서 고마운 책.
나를 깨고 바깥 세상으로 계속 나가야지.
사랑은 사건이다. 한 번 일어나면 종류를 불문하고 기념비가 되어버리는 사건. 이 사건은 그러나, 내 의지로 오지 않는다. 왔던 사랑이 떠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왔다가 거짓말처럼 소멸해버리는 사랑은 그래서 우리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 받는 생 또한, 의지와 상관없이 받았다가 의지와 상관없이 내놓아야 하지 않는가.
결국 우리는 사랑 앞에서 버둥거리게 된다. 이 마법 같은 감정을, 새롭게 발을 들인 황홀한 세상을 지속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 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노력은 사랑의 근본적인 행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저 무언가 해보았다는 자기위안만 안겨줄 뿐.
그러니 사랑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에 인간이 대처할 수 있는 최대치는 사랑이 머물러 있던 시간을 복기하고 의미를 곱씹어 정리하는 정도일 것이다. 신의 얼굴을 들여다본 것 같았던 그 영험한 순간들에 내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리고 상대에게는 어떤 파장을 미쳤는지,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강렬하게 약동했던 우리 인생의 한 찰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신기루에 형체를 부여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노력은 아마도 짝사랑에 속할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보겠다고 끙끙대지만 결국 가닿지 못하고 어느 한 지점에서 빙글빙글 돈다는 점에서 영락없는 짝사랑이다. 그렇다고해도 미련은 없다. 서글픔이 서려 있긴 하지만 짝사랑 또한 가슴을 뛰게 하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랑'일테니.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정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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