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250)
MY BEAUTY
어제 참새방앗간인 광화문 교보에 갔다. 원래 까뮈의 이라는 책을 살까 해서 보러간건데, 책은 정말 예쁘고 갖고싶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여름이 지나서인지 내용이 잘 안읽혀서 접었다. 대신 인터넷에서도 봤던 최신 출간작인 조민의 를 집었다. 나는 조국 교수님의 영향으로 법대에 진학했었고 쭈욱 그의 행보를 응원해왔다. 그리고 내 또래인 따님이 무차별 공격당하는거 보면서 많이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를 한다는 말을 듣고 유명세를 나름의 방식으로 잘 풀어가는구나 싶었던 차에 책 발간 소식을 들은 것이다. 사실 책을 살 생각까진 없었는데, 잘읽히기도 하고 응원하고 싶기도 하고 읽다보니까 자리에 서서 반절 넘게 읽어버려서 이정도면 사는게 맞다 싶어서 바로드림으로 구매해서 집에서 후루룩 마저 다읽었다..
여름이라서 2003년작 드라마 가 생각나서 보고있다. 손예진 얼굴이 다 한 드라마다. 스토리 자체는 진부하고 분위기도 노잼이라 당시에도 보다가 포기했는데, 손예진 얼굴이 너무 예쁘고 아름답고 다해서 계속 보게 된다ㅋㅋㅋ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가 있다니 손예진 나오는 씬마다 절로 속으로 감탄사 연발하게 되는 아름다움이다ㅎㅎㅎ 또 그나마 나이가 들어서 감정의 섬세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계속 보게 되는 것 같다. 여주인공이 이미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주인공에게 끌리고 밀어내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 감정선이 다 수긍이 될 정도로 잘 그려내었다. 어제 본 10화에서는 서로의 감정을 알게된 주인공들의 대사가 가슴을 울렸다. 여주(손예진)..
요새 계속 몸이 안좋아서 새벽에 깨는 탓에 오디오북 을 듣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누구나 인정하는 대작가지만, 번안 제목이었던 를 읽고 좋아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한번 더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글 전반에 깔려있는 허무주의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를 꽤 허무주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따뜻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 관계, 죽음, 사랑을 다루는 소설이라는데, 그것들은 최근의 내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삶의 여정 한가운데인 한국나이 35세인 나는, 최근들어 내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있다. 누군가와 신뢰를 주고받는 방법, 신체의 노화를 겪어내는 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신뢰를 주는..
예전에는 이국적이고 화려한 것들이 좋아보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서 있는 자리와 바로 그 주변의 것들이고, 가장 대단한 것은 눈에 띄지 않더라도 하루하루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주변 곳곳의 사람들이라는 걸. 그것들이 가장 아름다운 거라는 것. 그래서 소설을 읽는데 외국을 이상화하는 장면들이 자꾸만 불편하다.
최근에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나는 회피형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내 미성숙한 지점이라는 걸 깨달았다. 감정을 다루기 어려워 하는 것. 내 감정을 대면하고, 상대의 편에 서서 상대의 감정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런 경험이 굉장히 적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도 하고 완벽하지 않기에 종종 실수하고 혼란을 겪기도 하는데, 그 과정을 풀어가는데에 사람 간의 소통은 필연적이다. 앞으로는 내 감정을 더 잘 들여다보고, 이에 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도 하고, 숨길 것도 없고, 부끄러울 것도 없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런 것인걸. 모든 감정이 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감정의 오르막 내리막을 즐기고, 그 과정에서 나를 또 알아가고.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티나지 않는 일들이야말로 어떤 일의 본질이라고. 다림질이나 화장실 청소 같은 집안일부터 씻거나 손톱을 깎는 일 같은 자기관리까지... 회사일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겉모습만 언뜻 봐서는 알 수 없는 그런 것들이야말로 그 사람의 삶의 태도와 자세를 알려주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애쓰고 있다. 집도 좀 더 깔끔하게, 나 자신도 좀 더 단정하게. 하지만 애를 써도 적응되지는 않는다ㅋㅋ 항상 하기 싫고, 어느 선에서는 나자신과 타협하곤 한다. 나는 본질이 게으르 인간인 것이다ㅋㅋ 그래도 구김가지 않은 옷을 입고, 때타지 않은 운동화 끈을 매는 사람이고 싶다. 이상과 현실은 오늘도 내 안에서 다투고 있다.
가끔 불건강해질 때면 세상이 싫어지곤 한다. 하지만 세상의 추함, 모자람, 공포.... 이 모든 것이 인간의 모습이라고... 그렇기에 그것은 곧 내 모습이기도 한 것이고... 어쩌면 잘못되어 있었던 건 세상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나의 추함, 모자람, 공포도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그러면 언젠가 타인의 추함, 모자람, 공포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서른이 훌쩍 넘어도 성장은 끝이 없고, 사는건 쉽지않다.
하루키는 어떻게하면 감수성을 가질 수 있냐는 독자의 질문에 '옳고 아름다운 것을 찾기 위해 온몸으로 고통을 감당할 때 거기서 감수성이 생깁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개 고통을 통해서 배운다. 그것도 무척 깊은 고통으로부터." 하루키의 말에 따르면 나는 최근에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것도 같다. 동생과의 갈등을 통해서는 나의 날카로움, 부족한 포용력, 괜한 자존심에 관해서 많이 느끼고 깨달았다. 일을 통해서는 결국엔 옳은 방향으로 가게 된다는 것과 무능력한 상사들이 조직에 미치는 폐해에 관해 느끼고 깨달았다. ㅌㅈ을 통해서는 소통과 설득, 하다못해 포장의 중요성을 느끼고 깨달았다. 2개월여 만에 삶에서 매우 즁요한 것들을 연이어 느끼고 깨닫고 있다. 만리포의 아름다운 바다와 남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