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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EAUTY
# 사랑의 발명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한 아름다운 비평글에서 이 시를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인간 곁에 있겠다고 결심하는 이야기로 읽었다고 썼다. "무정한 신 아래에서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기 시작한 어떤 순간들의 원형"으로 말이다. 무신론자가 아닌 나는 이 시가 채울 수 없는 결핍을 지닌 유한한 인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간 곁을 맴도는 순간을 포착했다고 보였다. 사랑할 줄도 모르면서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에..
출처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1548.html 이슬람이 문제인가 [세상읽기] 한승훈ㅣ종교학자·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모든 종교는 평화를 말한다. 그런데 왜 종교 때문에 테러, ... www.hani.co.kr 우리는 흔히 종교와 교리를 동일시한다. 그 교리란 흔히 종교 창시자의 원초적 가르침에서 직접 이어진다고 이해된다. 그리스도교가 사랑과 구원의 종교라거나, 불교가 자비와 깨달음의 종교라거나, 유대교가 율법과 선민사상의 종교라고 하는 식의 단편적인 인식들이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종교의 역사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경전 해석을 둘러싼 이견과 논쟁,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긴밀히 결부된 분파들 사이의 투쟁, 전파된 종교와 현지 문화 ..
귤보이가 추천해준 을 읽는 중. 너무 좋은 말이 많다. 와닿는 이야기들도 많고. 와중에 청년세대에 관한 생각을 하는 글이 있었다. 나는 우리 세대(mz세대라고 명명되는)가 정말 놀랍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이 생각을 구체적으로 한 시기는 이날치의 를 유튜브에서 보고 나서였다. 나는 차를 좋아하고 한복도 좋아하지만, 사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것들은 전부 고리타분하게 여겨졌었다. 다들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것들에 열광하는 시기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팝송을 접했고, 동시에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인터넷을 했던 우리 세대.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잠재력이 되었던 걸까. 이날치의 '범내려온다'는 국악이 베이스지만 그 어떤 팝송이나 힙합보다도 힙하다. 어느새 mz세대들은 차나 한복, 국악까지 ..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어슐러 르 귄이 남긴 에세이가 있다는 걸 처음 알고 읽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다ㅋㅋㅋ 책 읽으면서 피식피식 웃는 경험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르 귄의 풍자는 정말 전세계 최고 수준인 거 같다ㅎㅎㅎ 번역도 좋아서 번역가님께 감사할 정도다. 앞으로의 세대들에게 내가 품을 수 있는 기대가 있다면 삶에서 마음의 안락과 평화를 얻었으면 하는 것이다. 노년은 누구든 거기까지 이르는 자의 것이다. 전사들도 늙는다. 나약한 이들도 늙는다. 노년은 건강하고, 강인하고, 거칠고, 용감무쌍하고, 병들고, 허약하고, 겁이 많고 무능한 사람들 모두의 것이다. 노년은 신체 단련이나 용기의 문제라기보다 장수라는 운의 문제이다. 인생이 더 길어진다는 말은 노년이 더 오래 지속된다는 뜻이다. 노년은 마음의 상태가..
중국에 대한 인상은 내게 유럽여행 이전과 이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15년 유럽여행에서 내 또래 중국인 여자애를 만나기 전까지 중국은 내게 그저 과거의 역사가 화려한 후진국 느낌이었다. 해외봉사로 갔던 연변지역은 내게 그런 중국의 인상을 강화시켰다. (어찌나 강했던지 이후 단 한번도 자유여행으로 중국을 가지 않았다) 대학교에는 중국인 학생이 꽤 많았지만 '아무리 외모가 괜찮아도 중국어하는 순간 별로다' 같은 차별적인 말이 횡행하던 분위기였고, 대학가에서 알바하던 중국인들이 왠지모르게 꺼려졌었다. 그런데 당시 나의 최애 티비프로였던 비정상회담에 장위안이 등장하고, 유럽여행 중 스위스 로잔에서 만난 중국인 룸메 덕분에 나는 중국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전환하게 된다..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뉴스를 볼 때가 그랬다. 여러 번 뉴스에서 반복해서 접했는데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닌데도, 발인식에서 애써 담담한 척 글을 읽어내려가는 소방관 동료의 목소리를 듣는 그 순간, 나는 자꾸만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을 돌아보는 지금 이 순간도 그렇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죽음이 얼마나 슬픈 일일까 상상할 수 있어서인지, 생사가 걸린 그 순간에도 자기가 맡은 소임을 다하는 소방관의 마지막 순간이 상상되어서인지, 생명을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는 국가적 차원의 도리에 감동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방금은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유발 하라리의 말. 앞으로의 인류에게 중요한 능력은 국영수 같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AI와 어울려 살아가는 능력, 다른 이들과 함께 소통하는 능력, 그리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능력.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언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비롯된 무조건적인 믿음에서 해방되기 위함이라는 것.
그러니까, 그 어느 날의 슬픔과 불안함은 진부하게도 반복되어왔다는 것이다. 삶이 나를 잡아주지 못함에 나는 늘 흔들렸고, 사람이 곁에 머물지 못함에 나는 늘 허공에 손을 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도 내게 잘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나의 불안함을 떨쳐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슬픔과 불안함은 진부하게도 늘 나의 곁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땠는가. 나는 오늘과 같이 진부하게도 살아낼 것이다. 늘 슬펐고 늘 흔들렸고 늘 누군가를 보내주어야 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진부한 우울에 대하여 그럭저럭 살아내었다 생각하였다. 무척이나 흔들렸고 울었고 떠나보냈지만 결국은 살아내었다.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이것을 내가 해내었고 무던히도 해내오고 있었다. 그러니 당신도 살아내어라. 우울에 ..